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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캐꽃을 만나다

벼리 | 기사입력 2005/04/03 [03:56]

오랑캐꽃을 만나다

벼리 | 입력 : 2005/04/03 [03:56]

▲ 오랑캐꽃을 만나다. 평택 향교 돌층계에서.     ©2005 벼리

가파른 돌층계를 오르다가 돌 틈에 핀 오랑캐꽃에 눈길이 멈췄다. 활짝 핀 탓이다. 봄날, 미칠 듯 좋아하는 보랏빛이다. 내게 보랏빛은 늘 짧은 시간 아니면 세상 한 구석에서 찾아온다. 그런 빛깔이다. 쭈그리고 앉아 바라볼수록 오랑캐꽃도 나를 뚫어지게 본다.
 
아마 노랑벌도, 범나비도 사뿐이 놀다갔을 터.
 
교신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생각이 일지 않는다. 그렇다고 교신이 없었을까. 아니다. 생각이 없어 속으로 말조차 건네지 못했지만 아무런 나눔이 없었던 게 아니다. 그것을 드러낼 수는 없다. 그러나 가면을 쓰고 조금은 드러낼 수도 있다. 약간의 빛깔, 약간의 여운과 함께.
 
남이섬은 달밤이 좋다
별밤은 더 좋다
하지만
새벽을 걷어올리는 물안개를 보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강우현, ‘南怡島·未完의 想像’)
 
강우현의 글귀 하나를 인용한 것은 보통의 인용과는 다르다. 인용한 게 아니다. 활짝 꽃을 피운 오랑캐꽃과 교신한 것과는 아주 다르다. 물론 남의 글귀 하나를 끌어온 것은 이심전심 탓이다.
 
활짝 핀 오랑캐꽃과 교신을 나눈 것 역시 이심전심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오랑캐꽃과 어찌 같으랴. 그렇다고 아주 다르랴. 不一不二!
 
좋은 봄날이다.
 
  • 高度
  • 슬픔
  • 불안이라는 병
  • 유언
  • 국화차를 마시며
  • 머리가 맑아질 때까지
  • 춘란처럼
  • 無題
  • 목적도 없고 의미도 없는
  • 이것은 神이다
  • 몽골 초원에서
  • 계란으로 바위치기
  • 어떤 사소한 즐거움
  • 조롱
  • 근조 서민경제
  • 봄날에
  • 성불사
  • 남한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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