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이어지는 논둑에서 눈길이 마주쳤을 때, 나는 탄성을 질렀다. 그 노란 아지랑이 같은 빛깔로 꽃다지들은 자신을 드러내고, 또 밝히고 있지 않은가. 다른 때 같으면 눈에 띄지도 않았으리라. 그 빛깔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다. 수채화처럼 부드럽고 담박하다. 미미한 점들이 여백과 더불어 한 무더기 무리를 지어서일게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빛깔의 질과 그 작은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까. 게다가 수수한 빛깔의 꽃다지들은 그냥 그 자리에 있다. 스스로 그러한 자리를 확보한 셈이다. 위대한 섭리가 아니겠는가. 자연의 그물코 하나를 손가락 끝으로 퉁긴 기분에 젖어든다. 한 동안 움크리고 앉았으니 눈길은 사라져버린다. 이내 꽃다지들은 온통 연두빛 산색으로 변하고, 침묵의 깊이를 재는 새소리도 들려온다. 외면의 풍경은 어느 새 내면의 풍경으로 그림을 바꿨다. 시간과 공간으로부터의 완벽한 자유다. 나는 없다. 설령 풍경의 어딘가에 자리잡는다고 해도 다만 풍경의 일부일 뿐이다. 이 내면의 풍경은 그러나 덧칠되지 않은 외면의 풍경으로부터 왔다. 안팎의 상통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말해도 좋으리라. (어떤 사람들은 지나치게 중심적이거나 머리가 크다. 그들은 결코 풍경 속으로 못들어간다!) <저작권자 ⓒ iwa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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