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물을 뜯는다 달랑 비닐봉지 하나 들고 오월 햇살이 살갗으로 스며드는 숲을 아내는 곰처럼 어슬렁거린다 그런 아내 주위를 도는 나는 어린 곰이다 들과 산이 어우러진 시골에서 아내는 나고 자랐다 지금은 가족이 차를 몰고 가는 들을 가로지르고 산 가장자리를 돌아나가는 그 먼 길 위에서 아내는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 길 위에서 그 먼 길을 아내는 다시 걷고 싶다고 이따금 말한다 눈에 띄는 참취, 미역취 어린 순을 뜯고 으아리 가녀린 끝순도 뜯는다 고추나무 새순을 아내는 좋아한다. 싸리순은 참 좋아한다 곰처럼 어슬렁거리던 아내는 결혼 후 처음 사 신은 그 예쁜 등산화를 벗고 싶다고 말했다 흙이 참 곱다면서 그 숲에서 막 피어나려는 초롱꽃을 우리는 함께 보았다 졸졸 계곡물 소리 들리는 곳에 이르러 갑자기 아내는 탄성을 지른다 거기, 밭처럼 펼쳐진 참나물 허전했던 비닐봉지에 수북이 쌓이고 그 향기 손 끝, 코 끝에 시리다 저녁상 나물밥에 침 고이는데 숲 밖에서 어린 막내가 엄마, 엄마 부르고. <저작권자 ⓒ iwa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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