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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물 뜯는 날

벼리 | 기사입력 2005/05/31 [07:29]

산나물 뜯는 날

벼리 | 입력 : 2005/05/31 [07:29]
▲ 산나물 뜯는 날     © 2005 벼리

 
산나물을 뜯는다
달랑 비닐봉지 하나 들고
오월 햇살이 살갗으로 스며드는 숲을
아내는 곰처럼 어슬렁거린다
그런 아내 주위를 도는 나는
어린 곰이다
 
들과 산이 어우러진 시골에서
아내는 나고 자랐다
지금은 가족이 차를 몰고 가는
들을 가로지르고 산 가장자리를 돌아나가는
그 먼 길 위에서 아내는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 길 위에서 그 먼 길을 아내는
다시 걷고 싶다고
이따금 말한다
 
눈에 띄는 참취, 미역취 어린 순을 뜯고
으아리 가녀린 끝순도 뜯는다
고추나무 새순을 아내는 좋아한다.
싸리순은 참 좋아한다
곰처럼 어슬렁거리던 아내는
결혼 후 처음 사 신은 그 예쁜 등산화를
벗고 싶다고 말했다
흙이 참 곱다면서
그 숲에서 막 피어나려는
초롱꽃을 우리는 함께 보았다
 
졸졸 계곡물 소리 들리는 곳에 이르러
갑자기 아내는 탄성을 지른다
거기, 밭처럼 펼쳐진 참나물
허전했던 비닐봉지에 수북이 쌓이고
그 향기 손 끝, 코 끝에 시리다
저녁상 나물밥에 침 고이는데
숲 밖에서 어린 막내가
엄마, 엄마 부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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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이라는 병
  • 유언
  • 국화차를 마시며
  • 머리가 맑아질 때까지
  • 춘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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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것은 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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