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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경

벼리 | 기사입력 2006/11/06 [21:07]

달구경

벼리 | 입력 : 2006/11/06 [21:07]
▲ 달. 눈이 시리다.     © 성남투데이

시각 체험을 원용한다면 가까이 있는 사람은 ‘그것’을 보지 못한다. 멀리 있는 사람 역시 그것을 보지 못한다. 그래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게 존재하는 일이 중요하리라. 사유는 몸의 기능일 뿐이라고 니체가 말한 바를 잊지 않는다면 ‘존재하기’란 동시에 ‘사유하기’이리라.

‘나는 나’라고 주장하는 사람을 보았다. 그는 모든 것을 나로 해소한다. 늘 나에 가깝게 있는 까닭이다. 결국 나에 멀리 있는 사람과 하등 다르지 않다. 금강경에서 ‘아상(我相)’이라 말하는 경우다. 그는 나로부터 알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고, 그럼으로써 나 밖에 있는 풍부함을 보지도 취하지도 못한다. 그는 눈에 티가 난 사람일 뿐이다.

곳곳에 나가 있다. 옛사람이 ‘동서남북에 오직 나’(南北東西 唯是我)라 한 것은 이런 뜻이다. 고요한 밤 허허로운 하늘 외로운 달이 떴다. 저 달을 어찌 알겠는가. 일월(一月)이 만월(萬月)이라, 눈이 시리도록 만물을 비추는 까닭이다. 달이 외롭다고 말할 수 있는 경우는 이런 경우다. 외로운 달이 떴다. 오래도록 담아둔다. 하!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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