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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에서

벼리 | 기사입력 2006/11/27 [20:31]

금강산에서

벼리 | 입력 : 2006/11/27 [20:31]
▲ 금강산 내려오는 길.     © 2006 벼리

마치 뒤가 깊은 산사에 들었다가 되돌아 나오듯 금강산을 천천히 내려오면서 젓가락을 떠올렸다. 짝을 잃어서는 결코 제 노릇을 할 수 없는 젓가락. 남과 북이 통일이 된다는 것은 젓가락을 쓰는 일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젓가락을 떠올리게 된 것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금강산 가는 버스길에 짝이 된 초등학교 6학년 사내아이가 내 질문에 들려준 명답 때문이기도 했다. “어떻게 통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라는 내 질문에 그 사내아이는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간명하게 답했다.

명답으로 받아들인 어린것의 말 때문이었는지 우리세대에게 분단을 남겨 놓은 부모세대가 참으로 부족한 세대라는 생각에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우리세대 역시 분단을 극복하긴커녕 편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모세대와 다를 게 뭐가 있냐는 심한 자괴감도 밀려들었다.

산새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사는 성남의 남한산에서 흔하게 듣던 그 산새소리였으니. 숲은 깊은 정적과 함께 바닥에 조릿대의 푸르름으로 덮여 있었다. 역시 남쪽의 깊은 산에서 내가 종종 취하던 그 정적, 눈에 가슴에 비쳤던 그 빛깔과 다르지 않았으니.

저 산새 소리, 저 숲의 정적, 저 조릿대의 푸르름에 무슨 분단이 있고 무슨 통일이 있을까. 저 하늘은, 저 구름은. 부모세대, 우리세대, 너희들의 잘난 너무나 잘난 역사. 참으로 얼토당토않다.

몸서리 쳐진다, 부끄러운 세상, 치 떨리는 시대.
(어린것들 보기 차마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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