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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

벼리 | 기사입력 2006/12/10 [00:10]

지팡이

벼리 | 입력 : 2006/12/10 [00:10]
▲ 오늘 울적한 마음에 산에 들었다가 짚고 다니는 지팡이 하나에 느끼는 바가 있었다.     © 2006 벼리

마조(馬祖)스님이 병을 보이므로 원주(院主)가 물었다.
“스님께서는 요즈음 건강이 어떠하신지요?”
“일면불월면불(日面佛月面佛)”
이윽고 마조스님은 가부좌한 채 입멸(入滅)하셨다.

수암(秀庵) 사일(師一)스님이 뒷날 마조스님의 일면월면에 대해 게송(偈頌)을 붙였다.

일면월면이여
외국인이 오면 외국인을, 우리나라 사람이 오면 우리나라 사람을 비추네
외국인도, 우리나라 사람도 오지 않으면
한 조각 맑은 빛뿐인 것을.
日面月面
胡來漢現
胡漢不來
淸光一片

2006년 11월 18일 새벽.
어머님과 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아버님은 평생 겨우 끼니만을 이으시며 사셨다.
이것으로 아버지 삶은 큰 말씀을 남기셨다.

오늘
울적한 마음에 산에 들었다가
짚고 다니는 지팡이 하나에 느끼는 바가 있었다.

마조스님 말씀이나 사일스님 게송이나
다 공연한 말이 아니겠는가.

#. 덧붙임 : 적지 않은 분들이 문상을 오셨다. 혹여 늦었는지 모르겠다. 이 글에 담은 마음으로 그 분들께 고마움과 새끼의 슬픔을 대신 전한다.
 
  • 高度
  • 슬픔
  • 불안이라는 병
  • 유언
  • 국화차를 마시며
  • 머리가 맑아질 때까지
  • 춘란처럼
  • 無題
  • 목적도 없고 의미도 없는
  • 이것은 神이다
  • 몽골 초원에서
  • 계란으로 바위치기
  • 어떤 사소한 즐거움
  • 조롱
  • 근조 서민경제
  • 봄날에
  • 성불사
  • 남한산에서
  • 紅一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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