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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子

벼리 | 기사입력 2007/01/14 [23:08]

父子

벼리 | 입력 : 2007/01/14 [23:08]
▲ 운악산 현등사 지진탑(地鎭塔) 탑신.     © 2007 벼리
 
할아버지는 일제 시대 때 돌아가셨고, 할머니는 한국전쟁 때 돌아가셨다. 내 생전의 일, 뵌 적이 없으니 부모님이나 집안으로부터 전해들은 얘기로는 아무래도 두 분에 대한 실감이 나지 않는다.

부모님이 늘 실감 있게 다가오는 것은 이런 집안 내력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 생애에 부모님과 함께 산 시간은 함께 살지 않은 시간보다 훨씬 짧다. 이유는 아버지가 세상을 등지고 산으로 가신 탓이다.

어린 시절 가장 부러웠던 것은 밥상머리 앞에 아버지가 앉아 계셨으면 하는 것이었다. 청소년 시절엔 산으로 가신 아버지가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철이 들어서야 비로소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아버지도 아버지의 삶이 있다는 것을.

그것은 늘 내 삶의 그림자로 따라 다녔다.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게 된 것은 곧 내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 아버지가 몸의 형상을 벗고 훌훌 떠나셨다. 자식으로서야 돌아서면 남 몰래 눈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뚜렷이 알게 되었다. 아버지의 형상이 내 앞에서 사라지자 내 삶을 따라다니던 그 그림자도 함께 사라졌음을. 임제(臨濟)는 “다만 한 부모 있었으면 되었지 더 무엇을 구하겠느냐(祗有一箇父母 更求何物)”고 말했다. 그렇다.

내 삶을 이끌고 가는 주인공이 있다.

 
  • 高度
  • 슬픔
  • 불안이라는 병
  • 유언
  • 국화차를 마시며
  • 머리가 맑아질 때까지
  • 춘란처럼
  • 無題
  • 목적도 없고 의미도 없는
  • 이것은 神이다
  • 몽골 초원에서
  • 계란으로 바위치기
  • 어떤 사소한 즐거움
  • 조롱
  • 근조 서민경제
  • 봄날에
  • 성불사
  • 남한산에서
  • 紅一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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