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최근 <지방자치단체장 권한대행시 업무처리요령>이라는 지침을 통해 현 자치단체장이 지방선거에 출마했을 때, 부단체장이 권한대행을 하는 경우의 업무지침을 하달했다.
이는 지방자치법 제111조(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권한대행 등)에 근거하고 있다. 이 법의 내용에 따르면 자치단체장이 그 직을 가지고 당해 자치단체장 선거에 입후보하는 경우 예비후보자 또는 후보자 등록시점부터 선거일까지 권한대행의 요건과 기간이 정해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 26일 이대엽 성남시장이 중원구 선관위를 직접 방문해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친 시점에, 그 다음 날도 아니고 당일 날 이러한 행정자치부 지침을 근거로 시정방침이 게첨된 액자를 모두 철거했다. 행정자치부 지침에 따르면 시정방침이 담긴 액자의 계속 게첨이나 문구의 변경 여부는 자율 결정사항이나, 계속해서 게첨하는 경우에는 권한대행자 명의로 변경함이 타당하다고 명시하여 시정방침 액자의 철거를 종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과 관련해 여러 곳의 지방자치단체의 상황을 확인해 본 결과 현 자치단체장의 당선이 유력한 지역은 그대로 시정방침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성남시의 경우처럼 현 시장이 공천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시정방침이 철거되는 이상한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지난 번 한나라당 성남시장 공천과정에서 A모 후보가 시장후보 캠프를 차렸을 때, 가장 먼저 캠프의 일꾼으로 합류한 자칭 이대엽 시장의 수양아들이라고 떠벌렸던 수정구의 B 모 전 시의원처럼, 혹 공무원들이 너무 빨리 시정방침 액자를 철거한 것은 아닌지 권력의 무상함과 복지부동 공직자의 기회주의 속성을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돌연 김수영 시인의 ‘풀’이라는 시가 생각이 난다. 그 중에서도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는 구절이 혹은 이들을 두고 말한 것은 아닐까? 풀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랍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저작권자 ⓒ iwa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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