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걷잡을 수 없이 멕시코 형으로 치달을 겁니다. 재벌의 집중력은 무자비할 정도로 가속화할 것이고, 마이너 삶은 더욱더 낭떠러지기로 떨어질 겁니다. 이 양극화는 당연한 시스템으로 고착화할 것입니다. 중산층도 사라진 대다수 거지들의 사회가 될 것입니다.” 그는 초목사회로 가지 않으면 대다수 거지들의 출구가 없다고 경고했다. 그가 제시한, 무력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길들여진 소비 욕망을 싹둑 잘라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분당의 아파트를 정리해서 강원도 춘천으로 이사를 했다. 이명박 정권치하에서 경제상황은 에누리없이 그의 예언대로 움직였다. 국내총생산 대비 5대 그룹의 매출액 비중이 2001년 49.5%에서 2010년 55.7%로 증가한 것이다.(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범삼성그룹(삼성·신세계·씨제이·보광·한솔 등)과 범현대그룹(현대차·현대백화점·현대중공업·성우·한라 등), 범엘지그룹(엘지·지에스·엘에스·희성 등)을 포함한 5대 재벌의 매출액 비중은 2001년 59%에서 2010년 무려 70.4%로 늘었다. 경제뿐만 아니라 재벌은 우리의 정신까지 지배하고 있다. 정치, 언론, 문화, 사회의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손길이 뻗히지 않은 곳이 없다. 이는 결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재벌의 손바닥 안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해 가고 있는 한국 사회, 한국인들! 이제, 우리는 무엇을 꿈꾸어야 하나? ○…총선 정국에서 여당과 야당은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거짓말당 후예답게 이벤트성이 강한 것 같고, 민주통합당은 실천의지가 약한 것 같다. 성남지역 후보들도 경제민주화에 관한 강렬한 의지가 별로인 듯하다. 내가 경제민주화에 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후보는 통합진보당 윤원석 후보와 민주통합당 김창호 후보다. 그러나 윤 후보에 대한 이러한 믿음이 흔들린다. 윤 후보 쪽 사람들이 민주통합당 김재갑 예비후보 사무실에 찾아가서 안내 표지판을 고의로 훼손한 사건을 접했기 때문이다. ‘아니, 이럴 수가! 후보 사퇴를 하지 않는다고 물리적 힘을 가하다니!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라 퇴행이야, 퇴행! 경제민주화보다 선행되는 양식의 문제!’ ‘민주주의 싸움이니까 싸우는 방법도 민주주의식으로 싸워야 한다’고 절규했던 김수영의 <하…그림자가 없다>는 시가 떠오른다. 이 시는 민주주의의 적이 우리 도처에 있다고 깨우쳐 주는, 40년 전에 씌어졌으나 현재진행형의 탁월한 인식을 보여준다. 하…그림자가 없다 우리들의 적은 늠름하지 않다 우리들의 적은 카크 다글라스나 리차드 위드마크 모양으로 사나웁지도 않다 그들은 조금도 사나운 악한이 아니다 그들은 선량하기까지 하다 그들은 민주주의자를 가장하고 자기들이 양민이라고도 하고 자기들이 회사원이라고도 하고 전차를 타고 자동차를 타고 요리집엘 들어가고 술을 마시고 웃고 잡담하고 동정하고 진격한 얼굴을 하고 바쁘다고 서두르면서 일도 하고 원고도 쓰고 치부도 하고 시골에도 있고 해변가에도 있고 서울에도 있고 산보도 하고 영화관에도 가고 애교도 있다 그들은 말하자면 우리들의 곁에 있다 우리들의 전선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들의 싸움을 이다지도 어려운 것으로 만든다 우리들의 전선은 당게르크도 놀만디도 연희고지도 아니다 우리들의 전선은 지도책 속에는 없다 그것은 우리들의 집안 안인 경우도 있고 우리들의 직장인 경우도 있고 우리들의 동리인 경우도 있지만…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들의 싸움의 모습은 초토작전이나 '건힐의 결투' 모양으로 활발하지도 않고 보기 좋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언제나 싸우고 있다 아침에도 낮에도 밤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거리를 걸을 때도 환담 할 때도 장사를 할 때도 토목공사를 할 때도 여행을 할 때도 울 때도 웃을 때도 풋나물을 먹을 때도 시장에 가서 비린 생선 냄새를 맡을 때도 배가 부를 때도 목이 마를 때도 연애를 할 때도 졸음이 올 때도 꿈 속에서도 깨어나서도 또 깨어나서도 또 깨어나서도… 수업을 할 때도 퇴근시에도 사이렌 소리에 시계를 맞출 때도 구두를 닦을 때도… 우리들의 싸움은 쉬지 않는다 우리들의 싸움은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차 있다 민주주의의 싸움이니까 싸우는 방법은 민주주의식으로 싸워야 한다 하늘에 그림자가 없듯이 민주주의의 싸움에도 그림자가 없다 하…그림자가 없다 하…그렇다… 하…그렇지… 아암 그렇구말구…그렇지 그래… 응응…응…뭐? 아 그래…그래 그래. <저작권자 ⓒ iwa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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