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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신】본질이 본질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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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신】본질이 본질 아닐 수도 있다!

배신의 나날들…「한톨의 밀알」과 「거미의 계략」

이삼경 | 기사입력 2011/06/12 [11:10]

【마이신】본질이 본질 아닐 수도 있다!

배신의 나날들…「한톨의 밀알」과 「거미의 계략」

이삼경 | 입력 : 2011/06/12 [11:10]
○…영화나 소설에서 많이 쓰는 플래시백 기법처럼 과거로 돌아가 본다.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였던 이명박 씨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나는 소주를 꿰차고 무주구천동으로 기어들어갔다. 가방 안에는 소주 말고 논문 3편이 달랑 들어있었다. 히틀러가 총통에 당선되었던 당시 독일 상황을 분석한 것이었다.
 
논문을 읽으면서 독일의 그때 상황과 한국의 현 상황이 비슷하며 앞으로 더욱 빼닮을 것이라는 전망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어두컴컴한 바깥 겨울 날씨처럼 내 마음은 심란하기만 했다. 아이들과 아내, 처제가 스키 타러 나가있는 사이 나는 홀로 방바닥에 앉아 닭볶음탕을 안주 삼아 소주만 들이켰다.

그렇게 사흘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속이 쓰리고 아파서 도저히 사무실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 오늘 하루 더 쉬자, 하고는 동네 골목을 정처없이 거닐었다. 하늘에는 구름 몇 조각이 걸려 있었다. 그런 구름을 가끔씩 바라보자 나 자신이 하릴없이 동네를 들쑤시고 다니는 수캐처럼 느껴졌다.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초라하다는 생각이 미치자 이상하게도 깃털처럼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어, 어랍쇼! 이상한 걸 다 경험하네. 집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김대중, 노무현 정권 아래에서 참, 나는 안일하게 살아왔구나! 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룸방에 가서 양주를 들이 킨 것이나 골프를 치며 포만감에 빠지기도 했던 내 모습이 클로즈업돼 조각구름 보다 더 크게 내 앞을 가로 막았다.
 
▲ 아프리카 케냐 출신의 응구기 와 시옹오의 소설 「한톨의 밀알」과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심미주의적 영화「거미의 계략」.     © 성남투데이

○…그때 떠오른 것이 아프리카 케냐 출신의 응구기 와 시옹오의 소설 「한톨의 밀알」과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심미주의적 영화「거미의 계략」이었다. 둘다 플리시백 기법으로 과거와 현재를 자유자재로 오가면서 배신을 다룬 역작이다.

응구기의 「한톨의 밀알」은 생각만 해도 감동이 되살아나는 흔치 않은 소설이다. 본질적인 것, 절대적인 것을 떠받드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이 소설만은 꼭 읽어보라고 권유한다. 그가 그토록 숭상하는 중심이 사실은 중심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변방의 작가가 변방의 시각으로 그려낸 소설에서 영감을 받았으면 해서다.

「거미의 계략」역시 인간의 고정적 시각을 일거에 무너뜨린다. 영웅이 사실은 영웅이 아닐 수 있다는 걸 강렬하게 암시한다. 영웅은 얼마든지 조작 가능한 거미의 계략이라는 게 감독의 역설이 아닐까한다. 하나의 추상화를 보는 듯 색채의 엇박자식 대비는 이 영화를 언제나 보아도 물리지 않게 한다.

아무튼 나는 그때 왜 이 배신의 소설과 영화를 떠올렸을까? 왜 두 작품이 위로가 되었을까? 나 역시 중심주의자로서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온 것에 대한 자기연민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 자체가 진정한 것에 대한 진정한 배신이란 걸 깨달아서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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