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일이 웬만한 광역자치단체보다 예산 면에서 훨씬 규모가 큰 성남시에서 벌어진 것일까? 밤새 성남시의회 홈피에 들어가서 시의원들의 면면을 훑어보았다. 아울러 성남시 홈피에 들어가서 성남시장이 어떤 인물인지 뚫어져라 하고 살펴보았다. 비중있는 몇몇 시의원과 시장에 관한 기사도 열독했다. 그중 이 사건에 대한 원인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는, 작지만 아주 큰 사건을 찾아냈다. # 지난달 20일 께 성남시의회 본회의장. 한나라당 소속 이덕수 시의원(판교철거민들과 이재명 시장의 충돌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오히려 이 시장의 손이 (철거민을) 때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어찌 집단폭행이냐? 인권변호사 출신 시장이 ‘경찰 불러’, ‘폭력행사한 사람들 다 잡아 넣어’ 등의 발언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서민의 시장이냐? 이재명 시장은 품격을 지키라.” 이재명 시장(시장 석에서 벌떡 일어나 이 의원을 향해). “법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을 가지고 그렇게 왜곡을 하면 안 된다. 내가 철거민을 때렸다는 것이냐?” 이덕수 시의원. “내가 언제 그랬냐? (시장이) 때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지.” 이후 두 사람은 서로 삿대질을 하며 큰 소리로 다퉜다. ○…위 장면은 조폭, 아니 시시껄렁한 논두렁깡패들이나 등장하는 영화에나 나옴직한 것이다. 어떤 동네 깡패의 이야기를 슬픈 영상으로 보여준 이창동 감독의 출세작 <초록물고기>에는 말 안되는 이런 류의 허망한 장면들이 수두룩하다. 여기에 어찌 공리(公利)가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희망없는 변두리 깡패의 사적인 욕망에는 비극적 아름다움이라도 있을 것이다. 바꿔 말하면 공적 이익을 위해 선거로 뽑힌 사람들의 사적 감정표출은 아주 추하다고 할 수 있다. ‘저급하다’ 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그들이 지역민들에 의해 대표로 뽑히고 나서 지금까지 내내 이런 양상이었다. 술집에서 오가는 동네 사람들의 직설은 어쩌면 현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나라당 시의원들은 이재명이가 꼴 보기 싫어서 무작정 반대한다니까!” “시장은 시의원들을 주민 대표로 인정하지 않는다니까!” 무분별한 자기감정 표출 속에 공리는 오간데 없는 성남 자치. 이런 촌스런 풍경 속에 산다는 게 너무 쪽팔린다. 그저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 마지막 당부 말을 읊조릴 뿐이다. “창조, 그것은 저항이며 저항, 그것은 창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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