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가 썼다는 글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그건 글로서 최소한의 요건도 갖추지 않은, 광기 그 자체였던 까닭이다. 점쟁이거나 얼치기 도사 수준의 거룩한 말씀! 마치 내 속마음까지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마치 자신만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유일한 파수꾼인 것처럼 썼다. 이게 광기 아니고 무엇이랴! 내가 통합진보당 김미희 후보로 단일화하라고 했다? 물론 그는 “ '김미희'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썼다. 이는 마치 그가 선거철에 급작스레 나타나서 써 갈겨대는 무수한 글들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성남시장 후보로 나온 황준기 씨 선거운동 연장선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하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찌라시’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경지다. 경찰서를 단 한 달만이라도 출입해본 적이 있는 기자라면 이런 표현은 죽어도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뻔한, 질 떨어지는 교활, 역겹다. 나라를 온통 박정희 시대로 뒤돌려 놓은 이명박 정권의 폭압보다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드러낸 미숙을 보는 게 더 민주주의다? 그러나 위대한 이 민주주의자는 어찌된 영문인지 지역의 아래로부터의 경선조차 하지 않은 새누리당의 밀실공천에 대해서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통합진보당 후보를 야권 단일후보로 결정한 것은 반민주고, 신상진 후보를 아무런 거리낌없이 그대로 공천한 것은 민주인가? 칼럼리스트 선생께서 엄청난 양의 글(기사인지, 칼럼인지, 제발 나 좀 알아달라는 유치원생의 유치찬란한 생떼인지 도통 모르겠지만)을 쓰면서도 빼먹은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래, 그만 하자. 민주주의를 가장하지 말고 솔직히 “이 기회에 특정 당파의 ‘사람’으로 '커밍 아웃'하는 게 어떨까?” 벌써 했는데 나만 모르고 있는 건가? 나는 균형감각을 상실한, 보고자 하는 것만 아주 섹시하게 클로즈업해서 보려고 하는 이런 사람이 칼럼리스트요, 언론인이요, 기자라면 도저히 칼럼을 쓰고 언론인이나 기자를 할 자신이 없다. 당초 나는 그의 글에 대해 지나치려했다. 그는 공인도 아니고, 언론인으로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지역언론에 종사했다가 신분을 바꿔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새누리당) 성남시장 후보 황준기 씨 선거운동을 했던 사람이 또 지역 언론인으로 변신해서 대단한 윤리를 지닌 것처럼 글을 써대는 게 신기하고 두려울 따름이다. 그는 지난 시절에도 신한국당 중원구 국회의원 후보 정완립 씨, 민주당 성남시장 후보 김병량 씨 선거운동을 한 전력도 있다. 선거운동가(?)인지, 정치 컨설팅회사 사장인지, 지역 언론 기자인지 헷갈린다. 무엇이 그의 정체성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의 글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그에 대한 찬사다. 하여 이런 사람을 지역 언론인으로 대접하고 이렇게 글을 써대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부질없는 짓이다. 참담함! ○…봄은 온다. 새로운 한국록을 연 신중현 사단의 김정미가 부른 <봄>을 듣는다. 나른한 계절에 맞춰 몽환적인 이 노래를 들으면 짜릿짜릿해진다. 그래, 낭만은 지저분하지 않아서 좋다. 동네 아줌마들하고 쑥 캐러 가는 것을 즐기는(?) 선배를 따라서 올봄에는 자주 나물이나 캐러 가야겠다. <저작권자 ⓒ iwa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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