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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신】섬뜩한 지역정치판의 배제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도박꾼이었다…인문학, 제대로 해보는 거야

이삼경 | 기사입력 2011/05/25 [08:44]

【마이신】섬뜩한 지역정치판의 배제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도박꾼이었다…인문학, 제대로 해보는 거야

이삼경 | 입력 : 2011/05/25 [08:44]
○…거장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에는 인간심리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들이 숱하게 깔려있다. 실제「카르마조프가의 형제」는 마치 심리학 교과서 같다. 밑줄을 쳐야할 경구들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이상하고도 놀라운 것은 신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생각, 신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인간과 같은 야만적이고 짓궂은 동물의 머리에 떠올랐다는 점이야.”

“내가 생각하기에는 만약 악마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아서 인간이 창조해냈다고 한다면, 인간은 자기 모습과 비슷하게 그걸 만들어 냈을 거야.”

“이성(理性)의 눈에는 오욕으로 보이는 것이 감정의 눈에는 아름다운 미로 보인다.”

“양심이란 이미 후회를 뜻하는 것입니다.…절망과 후회, 이 두 가지는 전혀 상이한 것입니다. 절망은 때론 증오에 넘쳐 있어서 절대로 타협을 허용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에서 심리에 관한 많은 힌트를 얻었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그 정도로 그는 대단한 작가였다. 그러나 대문호인 그의 일상은 엉망이었다. 여느 예술가들처럼 술이나, 여자에 탐닉해 있었다는 뜻이 아니다.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었던 그가 도박에 푹 빠져 있었던 것이다.

파리나 빈으로 원정가서 도박을 일삼곤 했다. 돈이 급하면 출판사로 전화해서 돈을 미리 당겨다 쓰기도 했다. 그의 이러한 쫓기는 생활은 죽는 날까지 지속되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의 삶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아마 그는 살아있을 때 행복이란 걸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돈에 쫓겨서 내갈긴(?) 원고는 소설이 되어서 지상의 모든 인간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가 되었다.

우리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들을 읽으며 그의 삶이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모순적 인간이 낳은 위대한 작품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곁에 있다. 인간사에 있어서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이 한편으로 보면 정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이따금씩 하게 된다.

미국의 자연과학자로는 드물게 철학, 심리학, 언어학, 사회학 등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많은 학문에 큰 영향을 끼친 토머스 쿤의 말은 이럴 때 빛이 난다.

“불연속, 단절, 역접이, 아주 일반적이고 평범한 현상이다.”    
 
▲ 도스토예프스키와 아도르노. 도스토예프스키는 위대한 소설가지만 우리가 아는 정상적인 삶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아도르노(사진 오른쪽)는 아우슈비츠의 광기를 서양철학사의 단일한 이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그에 대한 비판에 심혈을 기울였다.     © 성남투데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원 하나를 그려놓고 그 안에 들어온 사람들만을 정상으로 취급해서 어여삐 여긴다면 어떤 일이 빚어질까? 당연히 그 원 밖에 있는 사람들은 비정상으로 취급하겠지. 원 안에 든 사람들은 원을 그린 사람을 쫓아 함께 광분하게 될 것이고.

이는 지역 정치 영역에서 곧잘 드러나는 현상인 것 같다. 정치공학으로 사람들을 이 원에다 집어넣고, 저 원에다 집어넣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지역 정치판에서 섬뜩함을 느낀다.

경쟁이 곧 신이 되어 낳은 우리사회의 배제논리를 가장 앞장서서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의 이름으로 비정상을 만든 그 자체가 정상이 아닌 비정상 아닌가?
 
실로 아우슈비츠의 참상은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바로 원 밖에 있는 것, 이성의 이름으로 담을 수 없다고 본 것, 비정상을 아무런 죄책감없이 집단적으로 깡그리 배제한데서 비롯된 것이었으니까!

우리 사회에, 지역 정치판에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비정상이 정상일지도 모른다는 역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인문학, 인문학 하는데 고상한 것 말고 저 아도르노의 부정변증법 요약본이라도 돌려서 읽었으면 좋겠다.

(도 선생님! 위대한 도스토예프스키 님이 도박사로 사셨던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하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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