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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신】 시의회와 단체장, 더 치열하게 싸워주길!

싸우길 바라는 것은 유권자의 숭고한 전략

이삼경 | 기사입력 2011/05/23 [07:44]

【마이신】 시의회와 단체장, 더 치열하게 싸워주길!

싸우길 바라는 것은 유권자의 숭고한 전략

이삼경 | 입력 : 2011/05/23 [07:44]
▲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선집 「끝과 시작」. 쉼보르스카는 자신의 조국인 폴란드 정치상황에 투항하거나 저항하는 형태의 시를 쓰지 않고 끝까지 순수한 시세계를 고집했다.     © 성남투데이
○…성남 정치판은 목하 열전중이다.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들,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 민주노동당에서 탈당한 무소속 시의원, 민주당 소속 시장, 몇몇 시민운동 단체 등이 패를 갈라 싸우는 모습은 기초단체에서는 보기드문 대단한 스펙터클이다.

열전에 참여한 서로 다른 다섯 집단(사람)은 주장하는 내용에 따라 두 패로 나뉜다.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들과 시장!

이들의 싸움은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나는 즐겁다. 싸움에 참여하고 있는 제 세력들이 시쳇말로 몇 근이나 나가는지 체크가 되는데 어찌 즐겁지 않다 하겠는가? 언제 지방권력을 둘러싼 제 모습을 이처럼 투명하게 본 적이 있었던가?

분명한 건 싸움에 참여한 세력 중 당초의 생각과는 달리 신선하게 다가 선 집단(사람)은 없다는 점이다. 공리(公利)를 내세우지만 그 이면에 정치적 사리(私利)가 똬리를 틀고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싸움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그러고 보면 모든 정치적 싸움은 진정성의 싸움이다. 애매모호한 추상적 단어인 진정성이 정치를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것이다. 큰 정치인을 만들기도 하고 조폭 수준의 하급 인간으로 전락시키기도 한다는 걸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지금 이 진정성이 성남 지역 정치싸움판에서 검증받고 있다면 싸움은 아주 좋은 것이다. 이는 관객이 객의 지위를 벗어나 그들 싸움판에 있는 세력들에게 진정성의 철퇴를 내려치는 행위이기도 한 것이다. 

아무튼 성남의 정치세력들에게 더욱 싸워서 그대들의 진정성을 펼쳐 보이라고 말하고 싶다. 싸움이라는 진흙탕에서 연꽃을 피우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런 주문은 그대들에게 대신 권력을 맡긴 유권자들의 숭고한 전략이라는 점도 알아주기 바란다.

○…정치인들 중에 감동을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역정치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꼴보수 정치인은 논외로 치더라도 진보정치인들 조차 이른바 ‘정치인’ 속성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은 것 같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대의민주제라는 정치시스템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한국적 정치풍토 때문에 그런 것인지 정말 깊이 있는 취재내지 연구가 나왔으면 좋겠다.  

솔직히 나도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말에 방점을 콕 찍는다. 그들에게 기대해봤자 실망만 더 커져가는 게 이즈음이다. 그래서 겉과 속이 같음을 찬양한 폴란드 출신 여성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양파」라는 시를 곧잘 읊조린다.

양파는 뭔가 다르다.
양파에겐 '속'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
양파다움에 가장 충실한,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완전한 양파 그 자체이다.
껍질에서부터 뿌리 구석구석까지
속속들이 순수하게 양파스럽다.
그러므로 양파는 아무런 두려움 없이
스스로의 내면을 용감하게 드러내 보일 수 있다.


우리는 피부 속 어딘가에
감히 끄집어낼 수 없는 야생 구역을 감추고 있다.
우리의 내부, 저 깊숙한 곳에 자리한 지옥,
저주받은 해부의 공간을.
하지만 양파 안에는 오직 양파만 있을 뿐
비비꼬인 내장 따윈 찾아볼 수 없다.
양파는 언제나 한결같다.
안으로 들어가도 늘 그대로다.


겉과 속이 항상 일치하는 존재.
성공적인 피조물이다.
한 꺼풀, 또 한 꺼풀 벗길 때마다
좀더 작아진 똑같은 얼굴이 나타날 뿐.
세번째도 양파, 네번째도 양파,
차례차례 허물을 벗어도 일관성은 유지된다.
중심을 향해 전개되는 구심성(求心性)의 아름다운 푸가.
메아리는 화성(和聲) 안에서 절묘하게 포개어졌다.


내가 아는 양파는
세상에서 가장 보기 좋은 둥근 배.
영광스런 후광을
제 스스로 온몸에 칭칭 두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 안에 있는 건 지방과 정맥과 신경과
점액과, 그리고 은밀한 속성뿐이다.
양파가 가진 저 완전무결한 우둔함과 무지함은
우리에겐 결코 허락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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