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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대통령’이 ‘위장전입’이라니?

〔벼리의 돋보기〕이명박 전서울시장의 위장전입, 어떻게 볼까?

벼리 | 기사입력 2007/06/19 [20:05]

‘경제대통령’이 ‘위장전입’이라니?

〔벼리의 돋보기〕이명박 전서울시장의 위장전입, 어떻게 볼까?

벼리 | 입력 : 2007/06/19 [20:05]
대통령은 행정가, 정치지도자, 정부의 최고경영자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의 문제가 국민과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차대한 문제가 되는 이유다. 유권자 선택에서 이른바 ‘대선후보 검증’이 다른 어떤 정치인 검증보다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장 적나라하게 벌거벗겨 대한민국 만인 앞에 검증받아야 하는 정치인 검증이 바로 대선후보 검증이다.

이 같은 대선후보 검증을 일부 속 좁은 사람들이 상대후보에 대한 무책임한 비방으로 매도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물론 비방과 검증은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구별할 수 있다. 올해 12월 19일 치러지는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유력 대선후보들에 대한 검증이 유권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은 대통령 당선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의미와 가치를 갖는다. 후보가 아니라 유권자가 선거판을 주도한다는 것은 최근 선거판의 두드러진 양상 아닌가.

그만큼 유권자들이 깨어 있다는 것이다. 이 자각은 결국 ‘이기고 지는 최대의 선거게임’인 대선에서 대선후보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분명히 할 득표율로 명확해질 것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한나라당 유력 대선후보 검증에 쏠리는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 표명과 이에 투영된 유권자들의 자각은 대선후보 당사자는 물론 그의 당선을 위해 뛰고 있는 각 대선캠프 역시 유의할 지점임에 틀림없다.

▲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가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해도 그의 다섯 차례에 걸친 위장전입 사실은 이 전시장이 과연 대한민국 만인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맞는지, 그런 자격이 있는지 강한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사진출처;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 홈페이지)     © 성남투데이

마침내 한나라당 유력 대선후보 검증에서 이명박 전서울시장이 지난 16일 다섯 차례 위장전입을 한 사실을 ‘시인’했다. ‘성실한 해명’일까. 거리가 멀다. 검증과정에서 의혹이 제기되면 ‘오해’에는 진실로서, ‘하자’에는 사과하고 상응하는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으로 푸는 것이 ‘성실한 해명’이다. 유일한 길이다.

그러나 이 전시장의 시인은 이 유일한 길을 밟지 않았다. 이 전시장측이 “자녀교육 때문이었다. 이로써 부동산 투기의혹은 해소됐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우선 “자녀교육 때문이었다”는 주장은 다섯 차례 위장전입 사실의 ‘시인’이다.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한 시인이다. 그래, 시인해서 좋다.

그러나 이 시인의 의미는 유권자로 하여금 한나라당 유력대선후보인 이 전시장이 대통령이 되기에는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단박에 눈치 채게 한다. 유권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서민층은, 자녀교육을 위해 위장전입을, 그것도 한 차례가 아닌 다섯 차례나 위장전입을 하는 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생각할 것이다.

‘이명박, 그는 서민층과 다르다. 그는 특권층이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떠오른다. 이 전 시장의 자녀교육을 위해 다섯 차례나 위장전입을 한 사실의 시인은 아들의 병역문제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었던 유권자의 상당수가 그를 외면했던 사실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이명박 전시장이 대통령감이라고 생각한 상당수의 사람들이 받은 충격은 지금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사회문화적인 의미도 중요하다. 그것은 정치적 의미보다 훨씬 더 의미가 있다. 어버이로서, 그것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어버이로서 자식사랑을 어떤 뒤틀린 방식으로 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다.

세상의 모든 어버이의 의무이기도하지만,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가진 어버이라면 적어도 내놓을 수 있고 대한민국 만인에게도 귀감이 될 수 있는 자식사랑의 철학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는 그렇지 못하다. 이는 정치적으로도 유의미한 어떤 학습효과에 반한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빗나간 자식사랑’이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자녀교육 때문이라는 그의 시인은 이 전시장이 대통령감으로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의미다.  더구나 그 자녀교육의 실체가 부유층이 아니면 들어가기 힘든 리라, 경기 초교 등 속칭 ‘귀족학교’가 아닌가. 벌써부터 교육계에서는 이 전시장으로서는 변명조차 힘든 ‘공공의 적’이라는 날선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시장측이 이 시인을 부동산 투기의혹 해소로 연결한 것은 유권자에 대한 기만이다.

첫째 ‘눈 가리고 아웅’으로 볼 수 있는 ‘부당한 논증’이기 때문이다. 다섯 차례나 위장전입을 한 이유를 자녀교육 때문이었다고 해석한 것은 이 전시장측의 자의적인 해석에 불과하다. 다섯 차례나 위장전입을 한 이유는 자녀교육 때문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고 부동산투기 때문으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미 부여에서 아전인수했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 때문이라고 해석되지 않기 위해서는 곧 자녀교육 때문이라고 해석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 전 시장의 근거 제시가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이 근거 제시에서 이 전시장측은 거짓말을 했다. “주민등록 변경이 가족 단위로 이뤄졌다”는 이 전 시장측의 근거 제시는 사실과 다르다. 부인과 아들만 주소를 옮긴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위장전입 사실 자체를 의혹제기 후 나흘 동안 이 전 시장측이 ‘꿀 먹은 벙어리’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나흘이면 주민등록초본만 떼어봤어도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하고 따라서 확인된 사실관계에 입각해 ‘성실한 해명’을 하고도 충분히 남는 시간이다. 왜 나흘 동안이나 꿀 먹은 벙어리로 일관했을까.

부당한 논증과정에는 이 전 시장이 성실한 해명이 아니라 고작 “자녀교육 때문에 다섯 차례나 위장전입을 했다”는 시인을 하기 위해 질질 시간을 끌은 게 포착된다. 유권자를 향해 거짓말을 했다는 점도 드러난다. 이 점에서 이 전 시장의 정직성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그의 궁박한 시인이 유권자 기만이 되는 두 번째 이유다.

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견하기도 하고 기대하기도 하는 유권자가 가장 많은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후보가 벌써부터 유권자에게 성실한 해명 대신 ‘침묵의 정치’를 선보이다가 거짓말이나 늘어놓다니! 있을 수 없는 일, 따라서 그의 정직성문제는 부당한 논증문제보다 더 큰 문제다. 이 전 시장의 정직성문제는 특히 도덕성·정직성 같은 윤리적 문제를 중시하고 여론을 주도하는 지식계층의 낙담이 예견되는 지점이다.

정치컨설팅회사 풀컴이 일반인 250명과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대선주자들의 이미지를 조사·분석한 결과를 지난 4일 경향신문이 보도한 적이 있었다. 항목별 5점 만점인 이 조사에서 이 전시장은 ‘추진력 있다’(일반인 4.08%, 전문가 4.47%)·‘적극적이다’(일반인 3.89%, 전문가 4.40%)에서 최상위 점수를 받았지만 ‘도덕적이다’(일반인 2,79%, 전문가 1.93%)·‘정직하다(일반인 2.84%, 전문가 2.20%)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가뜩이나 도덕성·정직성이 낮은 점수를 받은 이 전 시장이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성실한 해명이 아니라 기만적이고 궁박한 시인에 그친 것은 유권자로 하여금 그를 대통령감으로서는 ‘재고’하게 한다. 무엇보다도 그의 시인과정에서 행정가, 정치지도자, 정부의 최고경영자로서의 ‘대통령의 자질’ 이전에 인간다운 삶에 요구되는 ‘인간의 자질’에 관한 문제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백보를 양보해 이 전시장의 다섯 차례 위장전입 사실 시인과 자녀교육 때문이라는 이 전시장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그 과정에서 읽어낼 수 있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정치적인 측면에서 그의 대응은 그야말로 ‘아마추어리즘’이라는 것이다. 엉터리 논증이 그렇고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이 그렇다. 국민과 나라의 운명에 관계되는 정작 큰 문제들에서 아마추어리즘이 적용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둘째,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세상을, 세상사람을 속였다는 것이다. 이 전시장의 위장전입은 말 그대로 ‘위장’이란 딱지가 붙은 것이다. 그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은, 또 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높아 보이는 사람이라는 것은 그가 그야말로 ‘공인 중에 공인’이라는 것이다. 그런 그가 위장이라니? 세상을, 세상사람을 속이다니! 불법행위보다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가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해도 그의 다섯 차례에 걸친 위장전입 사실은 이 전시장이 과연 대한민국 만인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맞는지, 그런 자격이 있는지 강한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그는 대선에서 최고의 이슈가 될 교육문제에서 다른 대선주자들에 비해 당당하게 말할 자격을 상실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대통령 꿈은커녕 권력의 자리를 단 한 번도 꿈꿔보지 않았어도 우리 주변에는 이 전시장과는 달리 도덕적이며 정직하게 살아가는 이웃들이 많다. 그런 이웃들이 유권자로서 이 전시장에 대해 다섯 차례에 걸친 위장전입과 이 전시장의 궁박한 시인을 두고, 설령 이 전시장의 말을 너그럽게 받아들인다고 해도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지는 분명하다.

“자녀교육을 위해 다섯 차례나 위장전입을 한 사람이 대한민국 만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위장전입 이명박’

선한 우리의 이웃들이 유권자로서 제기하고도 남는 ‘큰 문제’다. 이 큰 문제는 대선국면 내내 ‘뜨거운 감자’로서 이 전시장에게 치명적인 네가티브로 작용할 것이다. 이명박이란 이름 앞에 붙기 시작한 ‘위장전입’이란 단어는 대선주자 아무개 하면 떠오르는 한 마디 곧 ‘대선주자가 내세우는’ PI(President Identity)가 아니라 ‘유권자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PI가 될 것이다.

‘위장전입 이명박’. ‘경제대통령 이명박’과 너무 안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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