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Undefined index: HTTP_ACCEPT_ENCODING in /home/inswave/ins_news-UTF8-PHP7/sub_read.html on line 3
원숭이 같은 유권자들:
로고

원숭이 같은 유권자들

〔벼리의 돋보기〕조삼모사(朝三暮四)의 메시지

벼리 | 기사입력 2007/12/12 [17:03]

원숭이 같은 유권자들

〔벼리의 돋보기〕조삼모사(朝三暮四)의 메시지

벼리 | 입력 : 2007/12/12 [17:03]
원숭이 키우는 사람이 도토리를 주면서 “아침에 셋, 저녁에 넷을 주겠다”고 말했다. 원숭이들은 화를 냈다. 이에 원숭이 키우는 사람이 “그러면 아침에 넷, 저녁에 셋을 주겠다”고 말했다. 원숭이들이 모두 기뻐했다. 명목이나 실질에 아무런 차이가 없는데도 원숭이들은 성을 내다가 기뻐했다.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 나오는 ‘조삼모사(朝三暮四)’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 따르면 원숭이 키우는 사람은 첫 번째 시도가 원숭이들의 불만을 사게 되자 두 번째 시도를 한다. 그러나 제물론에 나오는 대로 첫 번째 시도나 두 번째 시도나 다른 것은 없다. 실질은 물론 명목에서도 아무런 차이가 없다.

반대로 원숭이 키우는 사람이 도토리를 아침에 셋, 저녁에 넷을 주겠다고 시도하고 원숭이들이 기뻐했다고 치자. 원숭이 키우는 사람은 도토리를 아침에 넷, 저녁에 셋을 주겠다고 재차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 조삼모사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는 ‘아침에 넷, 저녁에 셋’을 ‘아침에 셋, 저녁에 넷’과 다르다고 보는 원숭이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실질에 있어서나 명목에 있어서나 똑같은 데도 눈앞의 이득에 눈이 어두어진 아니면 제 꾀에 저가 넘어가는 원숭이들이 문제다. 자기기만이 문제인 것이다. 그러니 원숭이 키우는 사람이 원숭이들의 성냄을 기쁨으로 달래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원숭이 키우는 사람으로 인해 달라진 것은 실은 아무 것도 없다. 실질은 물론 명목에서도.

이런 메시지를 전하는 조삼모사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은 최근 이명박 후보의 ‘경제’에 대해 높은 지지를 나타내는 유권자들을 이해하는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나는 그의 경제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정권교체 욕구라는 거시적 판단을 이유로 해선 설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많은 여론분석가들, 정치분석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이 후보의 경제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노무현정권에 대한 심판이나 정권교체와 같은 유권자들의 거시적 판단만으로는 충분히 설명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최근 설득력을 얻고 있는 유력한 해석은 유권자들의 불온한 미시 욕망이 외적인 지지 명분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의 경제에 대한 높은 지지는 그가 대통령이 되면 더 많은 돈벌이가 되지 않겠느냐는 유권자들의 미시 욕망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집권하면 내가 투자한 아파트, 내가 투자한 주가가 올라 먹을 게 생기지 않겠느냐는 기대 곧 내 부동산, 내 금융자산 가치가 올라가리라는 이기적 욕망이 지지 심리의 바닥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불온한 미시 욕망이 이 후보의 경제에 대한 높은 지지의 근거로 작용한다는 지적은 섬뜩한 것이다. 그것은 사실상의 공동체 붕괴사태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경제가 다른 후보들에 비해 독보적이라 할 만큼 친기업적이고 친시장적이라는 점이 불온한 미시 욕망이 작동되도록 길을 내고 있다는 판단이다. 마치 원숭이 키우는 사람과 같은 격이다.

이 후보의 경제는 친기업적이고 친시장적인 만큼 공동체 전체를 고려한 경제와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 그의 경제는 서민이나 노동자는 뒷전이다. 규제를 풀고 법인세를 깎아주고 임금인상 억제 등 친기업 환경을 만들어 기업 투자를 늘리고 경제 성장률을 높이자는 것이다. 그래야 일자리가 늘고 소비도 늘고 자영업자도 산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문제의 실상은 빈부 양극화가 아닌가. 빈부 양극화를 초래한 주범은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내몰아서라도 더 높은 잉여가치를 창출하려는 기업, 사회주의경제 붕괴 이후 단일화된 세계시장을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경제 아닌가. 양극화된 사회는 승자 독식의 사회에 다름 아니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성공시대는 더 이상 어렵게 되었다.

이 후보의 경제는 이런 빈부 양극화 해소에 약발이 서지 않는다. 오히려 더 심화시킨다는 비판이 높다. 그러니 불온한 미시 욕망에 입각한 그에 대한 높은 지지는 마치 조삼모사 이야기에 나오는 원숭이들을 연상케 한다. 놀라운 것은 이로 인해 공동체의 기초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심각한 문제인 그의 인격상의 결함마저도 무감각해져버렸다는 사실이다.

그가 설령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해도 그의 경제가 서민들, 노동자들을 챙겨주진 않을 것이다. 그가 말하는 국민 성공시대는 열리지 않을 것이다. 내 부동산, 내 금융자산 가치가 올라갈 것을 염두에 둔 미시 욕망도 어느 순간엔가 자기기만임이 드러날 것이다. 그런 때가 오면 어떤 비상한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우려로 이토록 음울한 대선판은 일찍이 없었다. 언제 어디서나 ‘지금 바로 여기’가 중요하다. 지금 바로 여기에서 대선판을 휩쓰는 불온한 미시 욕망과 싸우는 일이 시급해졌다. 자기성찰과 냉철한 판단,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책임의식이 이 싸움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조삼모사의 메시지를 가슴으로 생각하고 머리로 느껴보자.
 
  • “당선이 곧 면죄부는 아니다”
  • 이 당선자의 ‘불안한 일성(一聲)’
  • 대선 결과는 불안한 후보의 선택
  •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대통령 당선
  •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당선 ‘유력’
  • “이 정치적 냉소를 어이할꼬?”
  • 최악의 후보만은 막아야
  • “부정부패에 맞서 희망을 선택하자”
  • “도덕성 의심스런 이 후보 사퇴해야”
  • “부정부패 후보 사퇴만이 길이다”
  • 정용한은 용감했다(?)
  •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
  •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사퇴해야”
  • “이명박, 대선후보 아닌 범죄 피의자”
  • 한) 이명박 후보 사퇴촉구 여론 ‘확산’
  • 시민들이 ‘이명박 문제’ 제기해야
  •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 “누가 까마귀이고 백로인지 가려야”
  • 원숭이 같은 유권자들
  • 노동자운명 책임질 대통령은?
  • 많이 본 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