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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공사 구별도 못하나

〔벼리의 돋보기〕이명박 후보의 착각

벼리 | 기사입력 2007/07/22 [00:47]

이명박, 공사 구별도 못하나

〔벼리의 돋보기〕이명박 후보의 착각

벼리 | 입력 : 2007/07/22 [00:47]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19일 검증 청문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통해 “제 작은 성취(재산)가 저만의 것이 아니라고 본다. 사회에 돌려줘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살기 힘든 사람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어떻게 봐야 할까?

세상을 향해 말한다는 것이 자신의 ‘존재 증명’이라는 점에 주목해보면 그 존재는 대권에 도전하는 존재임에 틀림없고 따라서 그의 말은 대권이라는 권력 추구를 증명하는 말이다. 그가 말한 곳은 어디인가. 검증 청문회다. 그 말은 어떻게 전달되는가. 미디어를 통해 확산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존재 증명으로서의 이 후보의 말은 권력을 구성하는 수단이다. 모든 권력은 감시되어야 한다. 따라서 그의 권력도 감시되어야 한다. 이 후보의 말을 어떻게 볼까라는 질문은 곧 권력을 감시하자는 뜻을 가진 셈이다. 권력 감시는 혹독해야 한다. 권력자들은 딴짓 하는 선수들이니까.

첫째, 이 후보는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을 혼동, 착각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정치의 영역과 사적인 살림살이의 영역을 혼동, 착각하고 있다. 검증 청문회는 두말할 것 없이 공적인 영역, 정치의 영역이다. TV를 통해 국민에게 전달될 만큼 의미있는 공론장이다.

그러나 재산은 사적인 살림살이의 영역에 속한다. 부자인 이 후보가 “살기 힘든 사람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기 위해서” 자기 재산을 사회로 환원하겠다는 것 역시 전적으로 그의 결정에 따른다는 점에서 사적인 것이다. 재산이나 재산의 사회 환원이나 다 사적인 살림살이의 영역에 속할 뿐이다.

공적인 토론과 결정이 이루어지는 곳에서 그가 재산의 사회 환원을 언급한 것은 그가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 따라서 그의 착각은 공론장을 짓밟은, 지탄받아 마땅한 행위에 다름 아니다. 요컨대 그는 공사 구분을 못하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인 것이다.

자신의 사적인 이해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공적 활동에 참여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재론의 여지가 없다. 마찬가지로 공적인 영역에서, 공적인 토론과 결정을 거쳐야 하는 공론장에서 하든 말든 아무 상관도 없는 사적인 결정을 자랑처럼 말하는 이 후보는 비난받기에 충분하다.

정치인에게 공사 구분은 절대적이어야 한다. 이 구분이 흔들릴 때 공적인 영역이 위기에 처할 뿐 아니라 사회라는 공동체가 위험에 처한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이런 공사 구분조차 못한다는 것, 실로 어처구니없다. 요컨대 최고공인인 대통령 후보로서는 말할 것도 없고 그냥 공인으로서나 정치인으로서도 그의 자질은 심히 의심스럽다.

공론장에서 재산의 사회 환원을 자랑처럼 과시한 그의 어처구니없는 처신을 보면서 걸리는 게 두 가지가 더 있다. 그가 공공의 이익보다는 사적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시장경제주의자라는 점. 그는 얼마나 독실한 기독교인인가 하는 점. 기독교에선 오른손이 하는 일 왼손이 모르게 조용히 하라는 가르침이 있다.

둘째, 공사 구분 못하는 그의 착각조차 ‘진정성’이 의심된다. 검증청문회는 말 그대로 그의 재산 형성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에 입각한 해명이 있어야 하는 자리. 의혹 해소가 아니라 오히려 의혹이 증폭되는 마당에 재산의 사회 환원을 말한 것은 의혹을 물타기하고 검증에서 빠져나가려는 위기탈출 시도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재산의 사회 환원 발언이 나온 자리, 시점, 미디어를 통한 확산 등 발언을 둘러싼 상황과 맥락을 유념하지 않고 재산의 사회 환원 자체를 뚝 떼 내어 ‘아름다운 일’이라고 평가하는 일부 언론은 어리석다 못해 글러먹은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그의 재산 형성과 관련된 의혹에 대한 그의 진실한 해명이다. 그가 진실한 해명 대신 재산의 사회 환원으로 응수하는 것은 논증적으로는 ‘논점 회피의 오류’를 범한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일부든 전부든 더러운 돈일지도 모를 그의 재산이 아니다. 대통령 후보로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그의 진실이다.

한 가지 덧붙이면 그의 재산의 사회 환원 발언을 듣는 순간 본능적으로 불쾌했다는 점이다. 가난한 이들, 그의 말대로 ‘살기 힘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부자가 베푸는 ‘재산’이 아니다. 그의 말대로 가난한 이들이 ‘용기와 힘’을 얻는 것은 사적인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사회의 보호다. 가난한 이들이 제대로 된 대통령을 선택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대통령에 도전하기보단 차라리 깨끗하게 벌어서 버는 족족 가난한 이들에게 베푸는 자선사업가로 나섬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가 기독교의 가르침을 실천할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자선행위를 세상에 알리지 않는 것은 금상첨화일 것이다. 가난한 이의 한 사람으로서 그에게 느낀 불쾌감을 되돌려줄 필요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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