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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단호해야 한다

〔벼리의 돋보기〕 전경련 회장의 이명박 두둔

벼리 | 기사입력 2007/07/29 [23:54]

국민이 단호해야 한다

〔벼리의 돋보기〕 전경련 회장의 이명박 두둔

벼리 | 입력 : 2007/07/29 [23:54]
25일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주목할 만한 말을 들려주었다.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부설 국제경영원 주최 ‘제주하계포럼’에서 ‘미래 한국 비전과 차기 지도자에게 드리는 제언’이라는 강연을 통해서다.

“(차기에는) 경제대통령, 시장경제를 잘 하고 경제를 제일로 삼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시골에 옛날에 땅 좀 샀다고 나중에 총리가 못되기도 하는데, 그런 식으로 다 들추면 국민 중 제대로 된 사람이 없다. 우리 경제가 짧은 기간에 성장하다보니 그동안 부작용이 있었다. 옛날 일을 자꾸 들춰내면 답이 없다. (대선후보 검증에 대해) 외국인들은 ‘무리다, 그런 깨끗한 사람이 어디에 있으며, 그 사람이 행정을 제대로 하겠느냐’는 말들을 한다.”

‘경제대통령’을 내세우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대한 노골적인 지지발언이자 그에 대한 부동산 의혹 검증이 뭔 쓸모가 있냐는 무시 발언이다. 이만하면 아주 의도적인 발언으로 보인다.

▲ 25일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경제대통령’을 내세우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대한 노골적인 지지발언을 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사진출처;전경련 홈페이지).     © 성남투데이

최소한 ‘전국의 경제인 여러분’과 ‘전국의 경제인 여러분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수많은 유권자들’을 향해 “이 후보에 대한 부동산 의혹 검증쯤이야 무시해 버립시다”, 그리고 “ 이 후보를 지지해줍시다”라는 메시지 전달로 보인다.

이 같은 해석이 가능한 것은 그가 이 후보의 사돈이기도 하고 전경련 회장으로서 한 발언이기에 그렇다. ‘가재는 게 편’이라는 사회적 비난을 넘어 ‘사전선거운동 논란’이 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논란에 이해관계가 있으신 분들, 알아서들 해결하시도록!

그러나 전경련 회장의 발언이 주목할 만하다고 말한 이유는 딴 데 있다. 그 첫째가 다음 대통령은 “‘시장경제’를 잘 하고 ‘경제’를 제일로 삼는 대통령이어야 한다”는 그의 발언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대선에서 핵심쟁점을 시장경제, 경제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그러나 시장경제를 잘 하는 대통령이라니?

굳이 시장경제가 경제체제의 한 형태, ‘시장거래’라는 하나의 형식에 불과하다는 경제사학이나 경제인류학의 통찰까지 들고 나올 필요는 없다. 우리 사회가 고통을 받고 있는 핵심적인 이유가 ‘우리 삶의 너무 많은 영역들이 시장거래 형식으로 환원되었다’는 데 있다는 것 하나만 지적해도 충분하다.

우리 삶의 너무 많은 영역들이 시장거래 형식으로 환원된 것은 바로 신자유주의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아래에선 거의 모든 것들이 ‘가격’이 붙지만 ‘가치’가 부여되는 것은 거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아래에서도 최소한 우리의 존재 이유는 단순히 상업적인 것만은 아니다. 가격이라는 시장가치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많은 고귀한 가치들이 있다. 그것들은 우리의 삶을 삶답게 한다.

우리의 삶, 우리의 일에 필요한 경제체제는 시장경제가 아니다. 가능한 한 각자 스스로의 자유, 존엄성, 창조성에 근거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하는 경제체제다. 그것은 지금과 같은 악랄한 시장경제가 결코 아니다.

시장경제 잘하는 대통령은 위험하다. 그런 대통령은 우리의 삶, 우리의 일을 더욱더 피폐하게 만든다.

‘경제’를 제일로 삼는 대통령이라니?

전경련 회장이 말하는 경제는 가계나 기업이 아닌 국가를 단위로 하는 살림살이를 뜻한다. 물론 대통령은 국가 살림살이를 잘 해야 한다. 단, 공적인 차원에서다. 이 점에서 혹여 대통령이 국가 살림살이를 시장경제주의자들의 사적인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써먹는 행위는 철저히 금지되어야 한다.

전경련 회장이 경제를 제일로 삼는 대통령에 앞서 시장경제를 잘 하는 대통령을 앞세운 것은 의심스럽다. 혹여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국가 살림살이를 시장경제주의자들의 사적인 이익을 위한 악다구니를 들어줘야 한다는 소리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가 살림살이라는 것이 국가 차원의 경제라는 점에서 흔히 말하는 ‘경제’ 일반으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점도 유념하자. 국가의 존재이유는 국가라는 경계를 가진 ‘사회’의 유지와 보호에 있다. 국가는 경제 뿐 아니라 정치, 문화, 교육, 의료, 외교, 국방 등 총체적인 접근이 요구되며 이들 부분 간의 균형을 통해 사회를 유지하고 보호해야 한다.

사회가 아무리 복잡하다고 해도, 국가가 유지하고 보호해야 할 사회는 두 가지 원리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첫째 사회가 ‘가진 자들의 위장된 조직’은 아니라는 점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대통령이든 뭐든 권력 집중을 막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 사회는 ‘사적인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차원에서만 의미가 있다는 점이다. 상호부조를 기초로 하는 공동체적 유대와 자유로워지기 위해 깨어 있는 개인(들) 간의 긴장관계 속에서 사회를 파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통령은 경제(국가 살림살이)를 잘 해야 하지만 시장경제주의자들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의 유지와 보호를 위해서다. 경제 뿐 아니라 정치, 문화, 교육, 의료, 외교, 국방 등 총체적인 접근과 이들 부분 간의 균형을 통해 사회를 유지하고 보호해야 한다.

전경련 회장 말대로 하면 위험하다. 경제를 제일로 삼는 대통령은 위험하다. 경제를 제일로 삼아서는 불구대통령이 되기 쉽고, 경제를 제일로 삼아서는 국가가 사회를 유지, 보호하긴커녕 오히려 깨기 쉽다. 그렇다.

‘대통령은 경제를 제일로 삼아서도, 시장경제를 잘해서도 안 된다.’

전경련 회장의 발언이 주목할 만하다고 말하는 두 번째 이유는 이 후보에 대한 부동산 의혹 검증이 뭔 쓸모가 있냐는 그의 무시에서 “국민 중 제대로 된 사람 없다. 그런 깨끗한 사람이 어디 있냐”라는 그의 인식에 있다. 그야말로 ‘오 마이 갓!’이다.

전경련 회장은 부자지만 저질이다. 부자보다 수적으로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많은 가난한 사람들 속에 제대로 된, 깨끗한 사람이 아주 많다는 사실을 그는 알지 못한다. 이들은 가난하지만 적어도 위장전입, 부동산 차명, 특혜, 부동산 투기 등 들추면 의혹투성이고 도덕성과 직결되는 문제들을 안고 있는 이명박 후보보다 백배 낫고 천배 낫다.

그의 발언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부자의 도덕적 의무)와는 정말 거리가 멀다는 것도 그의 발언이 부자지만 저질인 이유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살았던 부자들은 세간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다. 그런 부자들은 역사상 많이 존재해 왔으며 오늘날에도 적잖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전경련 회장의 발언은 정치인들, 공무원들, 기업가들이 자행하는 부정부패의  근절로 부정부패 없는 나라 1위 싱가포르가 되기를 소망하는 국민들의 염원에 정면으로 반한다. 왜 한국이 여전히 부정부패가 심한 나라로 남아 있는지 그 이유를 알게 해준다.

그의 발언이 대선에서 곧 전 국민이 어떤 인물이 국가를 이끌만한 지도자인지를 판단하는 최고의 공론의 장에서 나온 점을 고려하면 그의 사례는 이 나라 기득권층의 부정부패 근절의지가 어떤 수준에 있는지를 강력히 시사한다. 

때문에 시민사회진영의 대선주자로 주목받는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의 말은 가슴에 와 닿는다. “왜 자기 주변 사람들이 땅 투기하는 데 열정 쏟도록 관리를 못했나. 그런 사람에게 어떻게 국가를 맡기겠는가. 이런 부분은 싱가포르나 핀란드처럼 국민이 단호해야 한다.”

대선은 권력층, 기득권층이 주도하는 편가르기, 줄세우기의 마당이 아니다. 추한 대선은 조폭들의 주도권 싸움과 하등 다를 게 없다. 그렇다면 누구를 뽑느냐보다 다른 결단을 내리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판단이다. 이 점에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시절 주요 선거라는 계기를 통해 중대한 역사적 사변들이 있었다는 것은 교훈적이다. 그렇다.

‘국민이 단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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