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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헛방이 아닌 한방’

〔벼리의 돋보기〕‘바꿀 수 있는 후보’와 ‘들추어낼 수 있는 후보’

벼리 | 기사입력 2007/07/31 [21:42]

이명박, ‘헛방이 아닌 한방’

〔벼리의 돋보기〕‘바꿀 수 있는 후보’와 ‘들추어낼 수 있는 후보’

벼리 | 입력 : 2007/07/31 [21:42]
“저는 금년 초부터 한방에 간다는 소리를 늘 들어왔습니다. 3월 달에도 한 방에 간다, 4월 달에도 한 방에 간다, 7월 달에도 또 한방에 간다. 검증청문회 전에 한방에 간다. 요즘은 또 8월에 한방에 간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까 한방이 아니고 헛방입니다.”(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들의 30일 인천 합동연설회에서 한 발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발언이다. 이 발언은 ‘본선 경쟁력에서 박근혜 후보보다 낫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를 그는 이 발언에 앞서 “이명박이가 본선 올라가면 정권연장을 할 수 없다”는 말로 분명히 드러냈다. 이 후보의 발언은 두 가지 의미 차원, 표피적인 의미와 심층적인 의미로 나눠볼 수 있다.  전자는 이른바 정쟁의 차원, 후자는 헛방과 충돌한 한방의 진짜 의미 차원이다.

▲ 한나라당 대통령선거 예비후보 이명박 전 서울시장.     ©성남투데이

정쟁은 정치판에서 안 할 수 없다. 해야 할 땐 해야 한다. 할 땐 치열하게 해야지 얼렁뚱땅 해선 안 된다. 흔히 정치 방관자들은 ‘정쟁’이란 말에서 인상부터 찡그리거나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하기 일쑤지만(물론 종종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정치판이 ‘재현’의 장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시민들은 정치의 주요 현상인 정쟁에서 우연에서 필연으로, 사소함에서 중대함으로, 작은 변화에서 폭풍같은 변화로 이어지는 흐름을 발견하기도 한다.

정치 방관자들은 그 방관으로 인해 사기꾼 정치인들의 정치조작을 불러일으키며 이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불가피하게 한다. 그것은 결국엔 그들에 대한 삶의 구속으로 이어진다. 반면 건강한 시민들은 ‘인간은 정치적 동물’(아리스토텔레스)이라는 명제를 정치는 삶의 필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 명제의 실천이 일상적으로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표명하고 특히 정치인들의 활동(말)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임을 안다.

이런 감시, 비판의 관점에서는 이 후보의 발언은 정쟁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말이다. 그의 발언은 자신이 예선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되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고, 이는 그의 말이 이·박 두 사람을 겨냥해 ‘한방에 보낼 수 있다’는 말폭탄을 수시로 터뜨려온 이해찬 전 총리를 비롯한 범여권 대선주자들을 싸잡아 힐난하고, 그 근거는 한방이 아닌 헛방으로 판단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쟁적인 발언에 대해 ‘점잖고 고리타분한’ 논자나 ‘보는 눈이 고만고만한’ 정치인은 상대 헐뜯기에 급급한 막말이니, 독설이니, 협박이니 비난하면서 도덕적인 잣대를 흔히 들이댄다. 이른바 한방에 보낼 수 있다는 말을 즐겨 사용한 이해찬 전 총리에게 ‘세종실록’을 보라고 권하면서 “세종대왕이 어떻게 ‘동방의 성주’가 되었는지 살폈으면 한다”고 훈수하는 논자가 그렇고, “남을 욕하기 전에 자신부터 둘러보는 겸양의 미덕을 더 배워야 할 것 같다”고 훈수하는 한나라당이 그렇다.

그렇게도 들이댈 잣대가 없어서 뻑 하면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나? 이야말로 스스로 머리가 안 된다는 고백일 뿐 아니라 자의적인 행동일 뿐이다. 인간이 정치적 동물이라는 의미는 인간은 말을 통해서 정치를 한다는 의미와 같다. 중요한 것은 그 말이 어떤 말이냐 하는 것이지, 그 말의 때깔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따지고 공격할 게 있으면 공격하는 논쟁이 중요한 것이지, 말 찌꺼기에 불과한 그 때깔이나 문제삼아 고작 도덕을 들이대 분탕질할 일이 아니다.

이 점에서 한방을 헛방으로 공격, 한방에 실린 엄청난 무게를 그야말로 솜사탕으로 바꿔버린 이 후보의 발언은 상대의 주장을 주장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주장을 들이대어 KO시킨 통렬한 반박이다. 이는 헛방이라는 강밀도가 높은 단어를 한방이라는 단어에 정면충돌시키는 방법을 통한 것이다. 만약 이 후보가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 “그런 말 하면 못 쓴다”고 훈계조 발언으로 나왔다면 아마 지지자들에겐 웃음거리가 되었을지 모른다.

정쟁의 차원에선 이 후보가 훌륭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반박은 표피적이다. 이 후보는 한방의 겉만을 보았기 때문이다. 한방의 진짜 의미에 대해서는 피해나갔기 때문이다. 바로 그의 발언이 심층적인 의미 차원에서 읽혀져야 하는 지점이다. 이 한방이 이 후보의 주장처럼 “당내 경선에서 만만한, 약한 후보(박근혜)를 뽑아서 정권 연장하려는 모함”이냐 하는 것은 정치인 감시, 비판의 권리를 가진 시민이 보기엔 중요하지 않다. 정쟁의 표피를 넘어 그 속을 들여다보는 것이 진짜이기 때문이다.

한방의 진짜 의미는 바로 그에게 제기되고 있는 ‘후보 검증’이다. 그가 누구인가. 위장전입, 부동산 차명, 특혜, 부동산 투기 등 들추어내면 의혹투성이고 도덕성과 직결되는 문제들을 안고 있는 이 후보 아닌가. 한방이 아닌 헛방이라니? 들추어내면 의혹투성이고 도덕성과 직결되는 문제들이 그 무슨 모함이라는 소리인가? 국민들 앞에 마땅히 해명되어야 할 의혹들, 문제들 아닌가? 아니 정치권이나 언론의 검증, 검찰의 수사에 앞서 먼저 해명해야 할 의혹들, 문제들 아닌가?

해명되지도 않았고 먼저 해명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한방이 아닌 헛방이라니?! 당위론적으로나 존재론적으로나 국민이 호감이 가고 찍어주고 싶은 대선후보는 바꿀 수 있는 후보가 아니라 들추어낼 수 있는 후보여야 한다. 정권을 바꾸기 위해서는 들추어냈을 때 문제가 없는 사람, 나아가 스스로 들추어내 문제없음을 증명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 점에서 바꿀 수 있는 후보라는 이 후보의 주장은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 그의 주장과는 달리 헛방이 아닌 여전히 한방인 셈이다.

대선후보는 바꿀 수 있는 후보가 아니라 들추어낼 수 있는 후보여야 한다는 주장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역대 정권 모두 들추어내 철저한 반성과 성찰이 요구된다는 점이 그것이다. 현 정권이 마음에 안 드니 바꾸자는 소리는 현 정권에 불만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소리다. 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소리와 이 후보의 정권교체 주장은 별다른 차별성이 발견되지 않는다. 이 점에서 그의 정권교체 주장은 동어반복에 불과하며 따라서 아무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바꾸자고 해야 진짜 바꿀 수 있는 후보가 아니겠는가. 현 정권을 반대하는 한나라당 입장에 선다 해도 제대로 바꾸는 것은 노무현 정권 한 걸음 더 나아가면 김대중 정권에 한정되는 것일 수 없다. 두 정권 이전시기까지 소급되지 않으면 안 된다. 역대 정권의 딱지가 붙은 모든 공과에 대해 진지한 비판과 성찰이 있어야 한다. 특히 과에 대해서다. 지금 한국사회가 중병으로 앓고 있는 문제들은 근원적인 치유가 필요한 역사적인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들추어낼 수 있는 후보의 두 번째 의미다.

이 후보는 과연 들추어낼 수 있는 후보일 수 있을까. 문제는 그가 좁게는 노무현 정권, 크게는 김대중 정권에 한정된 ‘정권교체’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너무나 ‘한나라당적’이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라면 한나라당에 의해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다 해도 그것은 국민의 정권교체가 아니라 한나라당의 정권교체가 되고 말 것이다. 더구나 그는 첫 번째 의미의 들추어낼 수 있는 후보도 아직 아니다. 헛방이 아닌 여전히 한방이다.

과연 이명박 대세론, 이명박 필승론이 ‘국민’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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