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원수를 사랑하라!?

〔문화/하다말다〕재미있는 정치풍자

벼리 | 기사입력 2006/07/12 [23:55]

원수를 사랑하라!?

〔문화/하다말다〕재미있는 정치풍자

벼리 | 입력 : 2006/07/12 [23:55]
풍자의 고전적 정의는 ‘사악한 것’(?)을 조롱하고 폭로해서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그것은 악용되지 않는 한, 비판과 더불어 유쾌한 웃음을 통해 사람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기능을 한다. 정치에서 풍자는 오래된 의사소통 방식이라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 제5대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된 이수영 의장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부의장으로 선출된 박권종 의원이 의원윤리강령을 낭독하고 있다.     ©조덕원

5대 시의회가 시작되자마자 그 지역정치의 현장에서 ‘풍자’가 나왔다. 상상해보시라. 그 풍자의 마당에 있던 이들의 상당수가 얼마나 깔깔댔을까를. 순식간에 벌어진 폭소마당에 당황한 의회 직원이 방청석을 향해 ‘쉿! 쉿!’을 연발했지만, 우짜노, 그 직원도 웃음을 참지 못하는 걸! 벼리도 부지불식 박장대소 어찌 인색했으랴!

풍자는 우선 의장선출 결과에서 나왔다. 이미 의장 및 부의장 후보로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과의 협상을 통해 이수영, 박권종 의원을 내정해 놓은 상태다. 그런데 전체 투표자 36명으로부터 이수영 의장후보 32표, 장대훈 한나라당 대표 2표, 박권종 부의장후보 1표, 무효 1표가 나왔다.

무효 1표는 이수영 의장후보에 대한 ‘소극적 안티’의 의미다. 의장감으로 좀 부족하다는 것일까. 혹시 이수영이 아니라 박수영이라고 써놓진 않았을까.

느닷없이 장대훈 한나라당 대표 2표, 박권종 부의장 후보 1표가 튀어나온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장대훈 대표 2표는 당초 한나라당 내에서 결정된 당대표를 뒤집고 의장후보로 나선 이수영 의원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의 조롱일 수도 있고, 원구성 협상에서 악역을 맡은 장대훈 대표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조롱일 수도 있다. 박권종 부의장 후보 1표가 나온 것은 박 의원이 부의장이 아니라 차라리 의장으로 나서는 게 훨씬 낫겠다는 ‘이중의 조롱’이다. 어떤 경우든 신랄한 풍자가 아닐 수 없다.

부의장 선출 결과는 의장 선출 결과보다 훨씬 더 극적이다. 그 드라마틱한 풍자는 통렬함을 무기로 삼는다. 그 무기가 아낌없이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부의장 선출 결과는 박권종 부의장 후보 23표, 윤광열 열린우리당 의원 9표, 장대훈 한나라당 대표 2표, 기권 2표다. 이수영 의원이 32표를 받은 점을 고려하면 무려 9표 차이다. 이 차이는 부의장 후보에 대한 인물평가가 의장 후보에 대한 인물평가에 ‘잽이 안된다’는 의미?

이 같은 반감은 한나라당의 유력한 반대정당인 열린우리당의 윤광열 의원 9표로 구체화되었다. 당초 열린우리당의 부의장 후보로 거론된 윤 의원을 부의장으로 되지 못하게 한 한나라당의 횡포에 대한 조롱이란 의미가 우선 읽혀진다.

다른 측면에선 박권종 부의장 후보에 대한 적나라한 반대, 적극적 안티가 그대로 표출된 것이다. 당대당이니까, 아마 이 적나라한 반대는 박권종 의원에 대한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의 인물평가로 보면 될 것 같다.

이번에도 역시 장대훈 한나라당 대표 2표가 나온 것은 그것이 의장 선출 결과에서 보여진 것의 반복이라는 점에서 원구성 협상에서 악역을 맡은 장대훈 대표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조롱일 가능성이 높다. 기권 2표는 박권종 부의장후보를 도저히 찍을 수 없다는 의미로 보인다.

의장선출 결과와 달리 부의장 선출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것은 요컨대 박권종 의원에 대한 비토가 심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튼 만만치 않은 비토에 부의장이 된 박권종 의원이 화답하는 길은 딱 한 가지, ‘원수를 사랑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원수를 사랑한다는 게 어디 그리 호락호락한가, 이수영 의장과 달리 박권종 부의장의 표정이 밝아 보이지 않는 것도 이런 까닭인가. 이와 관련, 한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물었다. “열린우리당, 짜고치는 고스톱 쳤나?”

맛있다. “아니, 우린 어떻게 하자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어. 뚜껑이 열려 있는 당이니까. 당대당 합의의 정신만 존중했지, 사람평은 각자 알아서 하는 거 아냐?” 그런가? 

지역정치 현장에서 정치인들이 보여준 정치풍자, 재미있다. 그치?
 
  • 권력적 횡포 그리고 일상파시즘
  • 무관심의 글쓰기
  • 가까이 온 봄, 가까이 두다
  • 이것은 은행나무 화분이 아니다
  • 늙지 않는 이 소녀를 보라!
  • 구체 그리고 섬세의 정신
  • 똥과 된장, 그리고 수호천사
  • 바라본다
  • 어른부터 반성해라
  • 영어마을·특목고를 생각한다
  • 아무래도 포기해야…
  • 당신은 지금 어느 계절인가?
  • 자기만의 명품
  • “금연하는 이대엽 시장은 멋져!”
  • 성공할 수 있을까? ‘바르게 살자’
  • 그들은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았다
  •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다
  • 말할 수 있는 것, ‘섹스’
  • 원수를 사랑하라!?
  • 개도 개 나름이다
  • 많이 본 기사
    많이 본 기사